오는 9월 총회를 앞두고 예장통합 교단 내에서 한기총 탈퇴를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눈길을 끈다.
11개 노회가 한기총 탈퇴 및 참여 유보 헌의
‘한기총 탈퇴를 위한 예장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명남)’는 11일 오전 11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회에서 한기총 탈퇴의 교단 결의를 위한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임시총회에서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인준 건을 처리해 겉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형식적인 미봉책일 뿐 전혀 개혁을 기대할 수 없기에 교단이 더 이상 한기총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교단 내에서는 대전서노회, 경북노회, 대구동남노회, 경안노회 등 6개 노회가 한기총 탈퇴를 노회 헌의사항으로 제출했다. 그 외 서울동노회, 서올노회 등 5개 노회는 총회의 행정 및 재정 지원을 유보하라고 헌의한 상태다. 총 11개 노회가 헌의사항으로 한기총 탈퇴 및 참여 보류를 총회에 헌의한 것이다.
‘한기총 탈퇴를 위한 예장대책위원회(이하 예장대책위)’는 노회들의 이런 헌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기총 탈퇴에 대한 논의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상임대표 이명남 목사는 “한기총은 지금의 썩은 이 모습으로 개혁이 불가하다. 탈퇴해야 한다”며 “사회에서는 선거에서 100만 원만 받아도 문제가 되는데 그 많은 돈이 오갔는데도 어떻게 재인준을 받고 다시 할 수가 있느냐”고 개탄했다.
한기총 개혁 불가능, 우리 교단이 나와야
예장대책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의 모든 교계 공직 사퇴와 예장통합 교단의 한기총 탈퇴를 촉구했다.
공동운영위원장 정성진 목사는 “바람 든 무는 더이상 맛이 안난다. 버려야 한다. 한기총도 그런 상태”라며 “이 구조로는 새로워질 수 없다. 개혁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교단이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대책위는 9월 초 ‘교회개혁을 위한 기도회와 토론회’를 열어 교단 내 의견을 모으고, 사전 총대모임을 통해 총회 현장에서 한기총 탈퇴 결의를 준비할 계획이다.
예장대책위는 한기총 탈퇴로 총의가 모아지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많은 목회자들이 한기총 사태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앞으로 활동 여부에 따라 탈퇴 결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남 목사는 “한기총이 잘못됐다는 건 우리 교단 내 지식인과 양심있는 신앙인들이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교단이 소속돼 있기 때문에 표현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목회자들 중심으로 시작해 장로들까지 1천 명 이상 총대들이 서명하고 마음을 같이 한다면 한기총 탈퇴가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예장대책위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한기총을 탈퇴해야 합니다.
최근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과 관련해 한국교회의 모습을 부끄러움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신 목회자와 교우 여러분! 높은 도덕성과 영적지도력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할 교회들이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지 못한 채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저희들은 교회를 바르게 이끌어 가야할 목회자들로서 하나님과 국민 앞에 죄송스러움과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어떤 종단이든 그 종단의 대표성을 갖는 상징적인 기관이나 개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대표성은 스스로 자신이 대표임을 자임한다고 해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역사 속에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선교와 봉사 등을 통해 검증됨으로서 부여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1998년 창립 이후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자임해온 한기총은 20여년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교회 안팎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켜 왔습니다. 먼저 출범 자체가 설득력과 명분이 취약한 가운데 시작되었고 구성하고 있는 조직실체에 대한 의구심, 균형감을 상실한 신학적 문제, 운영상의 문제와 임원들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성추문과 금권선거등 도덕성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회장 선거 때 마다 이합집산 하는 군소교단 대표들의 행위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교단으로서의 체계도 갖지 못한체 정상적인 신학교육과 안수 절차가 불분명한 교단도 있습니다.
수년전부터 시작되어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태는 결국 한기총 해체 및 탈퇴운동의 확산과 법원으로부터 대표회장 선출무효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기총은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목사측의 쌍방고소취하와 함께 지난 7월 7일 임시총회를 열어 길자연목사의 대표회장 인준 건을 처리해 겉으로는 문제없이 지나간 것 같으나 이는 형식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한기총의 파행적인 운영으로 한국교회의 위상이 흔들리고 교회 안팎으로부터 비판과 개혁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우리 교단의 책임있는 분들의 소신 있는 지적과 비판의 소리는 없습니다. 더욱이 이 사태의 책임을 통감해야할 총회임원회와 한기총 참여 총대들은 몇 가지 한기총의 정관개정이 마치 한기총이 개혁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한기총에 대하여 교회원로들의 우려와 양식있는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개혁요구에 부응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이광선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대표회장 선거시 당선을 위해 불법적인 금품을 한기총 실행위원들에게 배포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 양심선언은 전혀 진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 선언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불법자금을 조정했으며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얼마를 제공하였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는 자숙하는 마음으로 교계의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자숙해야 했을 것입니다. 길자연목사 역시 한국교회와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심정으로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 모든 교회의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2. 최근의 한기총 사태는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마져도 크게 실망하고 심지어 교세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한기총 사건이 일어나자 한경직 목사 등이 설립한 구호단체인 월드비젼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후원자들의 요구로 한기총을 탈퇴하였다. 뿐만 아니라 예장고신, 합신 교단 내부와 수많은 교회개혁을 위한 단체들은 지금까지 한기총 해체와 탈퇴운동을 전개하며 이 문제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우리 교단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3. 이에 우리 통합측 11개 노회가 헌의한 한기총 탈퇴, 행정유보, 개혁등과 같은 안건들이 이번 96차 총회(청주 상당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 되고 결의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 안건이 반드시 결의 되여 온 교회와 국민들이 열망하는 한기총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