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꼬. 무엇과 같은고. 비유컨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가로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애곡하여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함과 같도다."
성서를 해석할 때 상식적인 생각을 고정시켜 성서의 구절들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위에 인용된 성구가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너희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해도 가슴을 치지 않았다"는 구절을 독립시켜 인용하면서 많은 분들이 '내가 이렇게 말씀을 외치는데 도대체 들어먹지를 않는구나'하며 분노를 터뜨리곤 한다. 바로 이런 식의 해석이 이 귀절을 정반대로 오해한 경우가 된다. 여기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은 누구인가? '예수'나 '크리스천'이 아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여기에서 "너희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았다……"는 것은 예수의 비난 내용이 아니라 이 악한 세대(여기서는 장터에 앉은 다투기 잘하는 아이들)의 비난 내용이다.
반면 예수의 비난 대상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아이들이 아니라,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다고 비난한' 아이들이다. 예수가 묘사한 장터에 앉은 아이들은, 자기들은 구경꾼으로 편하게 앉아서 피리부는 사람과 애곡하는 사람같은 비교적 힘 안 드는 놀이 역을 맡으려 하고, 자기 친구들에게는 '좀 더 힘든 역'을 맡기려 하다가, 이 친구들이 자기들의 지휘에 응하려 하지 않으니까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예수는 바로 그런 악의에 찬 비난을 비난한 것이다.
이것을 간단한 도식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화살표는 비난을 뜻하는 표시이다( → : 비난).
"우리" = 첫 어린이 그룹 (F) = 이 세대의 사람들
"너희" = 둘째 어린이 그룹(S) = 믿는 자 + 예 수
예수 → (S) (부적절한 해석)
예수 → [ (F) → (S) ] (적절한 해석)
예수 → [ (F) → (S) + (예수) ] (적절한 해석)
예수는 '너희'를, 곧 (S)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예수는 (F)가 (S)를 비난했다는 점을 비난하고 있다.
예수 → [ (F) → (S) ]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구절의 의미를 예수 → (S) 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곧 예수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 구절은 본래 율법주의적인 바리새인들을 향한 것이다. 너희는 즐거워하고 있는데 세례요한은 금식한다는 이유로 너희는 그를 미쳤다고 비난했다. 너희는 죄인들과 엄격한 격리를 요구하는데, 나는 세리들과 식탁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나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너희야말로 소경이다. 왜 일기예보는 할 줄 알면서 때의 징조는 분별하지 못하는가(눅 12.54-56)? 따라서 이 구절의 표면은 예수 → [ (F) → (S) ]이지만, 그 깊이는 예수 → [ (F) → (S) + 예수 ]가 된다. 곧 예수는, 자신더러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난한 바리새인들을 나무란 것이다. 따라서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은 예수이다. 예수는 바리새인들이 자기들의 착상과 사상에 응하지 않는 자신의 혁신적인 언행을 비난하기 위해 자신을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자로 규정한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따라서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다"는 구절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구절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세상이, 자기들의 기준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믿는 자들을 비난할 때 사용될 수 있는 구절이다. 피리를 부는 주체는 악한 세상이고,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은 믿는 사람이지, 결코 그 반대가 아니다. 결국 이 구절은, 기껏 목청을 돋아 인용할 수 있다 해도, 믿는 자에게는 유리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불리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