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데 교회에 대한 주님의 메시지는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고 하는 서두로서 시작됩니다. 이 말씀이 주는 첫 인상은 ‘살은 것 같으나 실상은 죽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죽었다’고 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실상에 대한 묘사인가, 아니면 비유적인 표현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뒤이어 등장하는 말씀이 ‘너는 일깨워 그 남은 바 죽게 된 것을 굳게 하라’(2절)는 내용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건대, 하나의 비유적인 표현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사데 교회의 형편이 그 가치의 차원에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여기 ‘죽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지구촌 곳곳에 존재하는 각 지역 교회들은 그 생명의 가치면에 있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가령 어떤 교회의 경우, 그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흥왕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권이 막힌다거나 누수되는 일이 없이 온전히 시행됨으로 말미암아 아주 활기차고 생명력 있는 교회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런 경우 교회의 가치라는 것이 아주 왕성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반면 도무지 더 이상 교회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그 가치가 상실되어버린 교회도 있습니다. 이런 교회 속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은 더 이상 절대적인 권위 혹은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순전히 자기네가 가진 욕구와 이상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만 사용됩니다. 이런 교회는 명목상으로만 교회일 뿐이지 실상은 죽은 교회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사라지면 그 교회는 생명력을 상실하고 죽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를 생각하는 이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지상에는 죽은 교회라는 것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어떤 교회가 죽은 교회인가? 대답은 자명합니다. 이미 교회다운 가치를 상실한 교회, 곧 교회로서의 가치 혹은 정체성을 상실한 교회가 명목상으로만 교회의 이름을 유지하게 될 때에, 그 교회는 사실상 죽은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제아무리 많은 청중들로 구성되었고, 맘모스적인 위용을 갖춘 교회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말씀주의를 생명처럼 전개해 나가지 아니하면 더 이상 교회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종교 개혁기에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회의(A. D. 1643-1649)에서 오랜 토의 끝에 작성되어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제 25장 5항은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순수한 교회들일지라도 혼잡과 과오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 사단의 공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상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교회가 있을 것이다.”
본 고백에서 우리를 가슴 섬뜩하게 하는 부분은, 이 지상에 존재하는 교회들 가운데는 사실상 교회라고 부를 수 없는 ‘가짜 교회들’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말미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교회이나 그 실제에 있어서는 ‘사단의 공회’라니, 이 얼마나 가슴 섬뜩하는 놀라운 진술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복음이 갖는 미묘한 성격상 이런 경우가 이 지상에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때문에 우리는 ‘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하신 경계의 말씀을 따라 스스로를 성찰해 보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가짜 교회들의 문제는 죽은 교회들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죽은 교회가 계속해서 교회 노릇을 하게 되면 가짜 교회를 이루게 됩니다. 가짜 교회 혹은 죽은 교회는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가? 대개의 경우 교리적인 변질로부터 이러한 데로 빠져듭니다. 또한 크게 부흥되고 비대해짐으로서 이렇게 되기도 하고, 나아가 수명이 다함으로 죽음에 처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교회의 수명(壽命)’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통상 생각하기를 교회가 어느 한 지역에 유형적으로 출현하게 되면 이후부터는 간판을 내리거나 흩어지지 않는 한에는 영원불멸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 교회가 그 역사적 전통을 길게 가져왔으면 가져왔을수록 상당한 위엄이 있는 교회인 듯이 평가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지역 교회는 영원히 그 생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 교회는 각기 나름대로 저마다의 수명이 있습니다. 지상의 어느 한 지역 교회는 일정한 자기 수명을 살고나면 필연적으로 죽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죽음이란 것이 지역 교회가 간판을 내리거나 건물을 철거하여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교회적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외적으로 상당한 부흥(?)에 이르렀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로 관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교인들로 구성된 가운데, 백화점과도 같은 거대한 교회 건물을 짓고, 각처에 기도원을 소유하였고 심지어 교회 묘지까지도 갖추었을 수 있습니다. 7시와 9시와 11시로 나뉘어서 드리는 예배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도처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 버스들을 수십 대씩 운영할만한 재력이 있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이 교회가 교회로서의 표식이나 속성을 진정으로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와 관련해 볼 때에는 죽은 교회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말입니다.
교회는 양적으로 어느 수준 이상 부흥하면 필연적으로 변질되어 버리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양적으로 너무도 비대한 까닭에 더 이상 유기적인 조직체로서의 조화를 이루어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기체적인 조직체를 이루어내려면 구성원들 상호간에 밀접하게 이루어지는 인격적인 교제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육체적 활동의 한계 안에서 진행되는 교제는 그 숫자의 범위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한계를 넘어서는 정도로 성도들의 수가 팽창한 교회가 되게 되면, 이후부터는 순전히 조직체로서의 성격만을 띄게 되고, 이런 연고로 교회의 변질이란 것을 자초하기 마련입니다. 유기체적인 성격이 없이 순전히 조직체로만 존재하게 될 때에 교회는 이미 변질된 것입니다. 그런데 변질된 이 사실을 좀더 정확하게 진단하게 되면 ‘사망’으로 판명할 수 있게 됩니다. 사망한 교회 속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은 그 절대 권위를 상실케 됩니다. 중세기 교회 암흑기에 교회를 되살리기 위하여 생명을 걸고 투쟁하였던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을 연구한 끝에 과연 교회인지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표식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교회의 마크(mark of church)'라고 합니다. 이 교회의 표식 세 가지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곧 ‘말씀의 순수한 선포, 성례의 신실한 시행, 권징의 권능적 집행’등입니다. 칼빈과 같은 개혁자는 앞의 두 가지만을 가리켜 교회의 표식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교회의 표식에서 ‘권징의 권능적 시행’을 제외시켰던 것은, 순전히 실용적이며 효과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즉 당시와 같은 현실 속에서 ‘과연 어떤 교회가 이 권징이란 것을 순수하고도 능력 있게 집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칼빈은 교회에서 권징이 시행되어야 하는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역설했습니다.
따라서 이후 개혁파 교회권에서는 이 세 가지 사실이 교회의 표식인 사실을 이구동성으로 받아들입니다. 더욱이 개혁자들이 ‘교회의 표식’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 것은, 순전히 학문적인 연구로부터 오게 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관련한 현실의 문제로부터 나왔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당시에는 도무지 교회라고 부를 수 없는 자칭 교회들이 난무하였던 것입니다. 로마 카톨릭 교회라든가 영국의 성공회와도 같은 교회들이었고, 기타 이런 저런 모양의 다양한 교파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또 여기에 덧붙여 각종 이단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마다 자기네가 올바른 교회라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용적인 측면에서 교회의 표식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고, 더욱이 종교개혁이 불길처럼 타올랐던 당시의 현실 속에서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말씀주의의 이야기주의로 전락
오늘날 어떤 교파나 신학자도 교회의 삼대 표식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마만큼 이 교회의 삼대 표식이란 것은, 성경적 이론으로 확실하게 뒷받침되고 있고, 따라서 교회 판별의 확고부동한 시금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교파들이 되었든지 혹은 이단이든 지의 여부를 떠나서 저마다들 자기네가 교회의 삼대 표식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내세웁니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 보면, 권징과도 같은 것을 권세 있게 시행하는 교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성례의 신실한 시행 문제도 같습니다. 성찬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교회들이 많지 않고, 세례의 경우 아예 교회 부흥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뜨입니다. 말씀의 순수한 선포와 관련해서는 문제는 참으로 심각해집니다. 형식과 명분상으로는 저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다고 주장하지만, 하나의 이야기주의 현상으로 전락해버린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야기주의가 아닌 말씀주의란 것은, ‘하나님의 말씀만이 유일한 은혜의 수단이요 방편이다’고 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을 말합니다. 즉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신앙과 행위에 있어서 정확무오한 법칙이다’고 하는 사실을 생명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이 원칙 위에 굳게 서서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선포하고 가르치며, 여기에 순종하는 백성들이 모임을 이루게 될 때에 비로소 교회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반면 이야기주의란 것은, 표면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지만, 그 사상이 성경 진리의 핵심에 이르지 않는 것을 통하여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따라서 말씀주의를 모방한 이야기주의에는, 말씀의 절대 권위란 것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내용에 있어서도 기독론 중심주의를 구성하지 않게 됩니다. 전면에 나서는 것은 항상 인본주의입니다. 말씀주의와 이야기주의의 차이점을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어찌하든지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나가고, 그분께 드리는 순종의 정도를 보다 더 증대시키기 위하여 성경을 부지런히 읽고 연구하며, 그것에 복종하는 모습을 띕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순전히 자기가 가진 욕구를 만족시키고 성취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과 수단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신실한 선포’라고 하는 개념을 대할 때에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의 ‘절대 주권성’과 ‘기독론적인 성격’에 대한 것입니다. 이 두 요소는 피차 분리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기독론적인 해석’ 속에서 비로소 우리에게 이해되고 해석되어지며, 성령의 자기 은닉적인 역사를 힘입어 우리에게 은혜의 수단으로 작용됩니다. 물론 이때에 하나님의 말씀의 절대 주권성의 문제도 당연히 뒤따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제아무리 많이 다루어지고 다양하게 취급된다 할지라도 이것이 기독론적인 해석에로 연결되지 아니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말씀의 절대적 주권성이란 것도 작용되지 않습니다. 초대교회 당시 아볼로 같은 사람은 성경에도 능했고 열심도 있어서 예수에 관한 것을 자세히 말하며 가르쳤으나, 정작 확실한 기독론 중심적인 해석에로는 나아가지 못했기에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그가 가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이해는 지극히 초보적인 것이었고, 기타 다른 여러 가지 주제들과의 통일성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그가 예수에 관한 것을 가르치되, 요한의 세례에만 머물렀던 것을 통하여 여실히 드러납니다(행 18:24-28). 아볼로의 성경 지식은 범위가 넓기는 했지만, 정작 그 본의를 아는 지식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니, 곧 깊이가 없었습니다.
설교자나 전도자가 하나님의 말씀의 깊이를 알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서도 억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하며, 이때부터 필연적으로 이야기주의로 빠져버리게 됩니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의 깊이는 너무도 무궁무진합니다. 한번 이 깊이의 맛을 알게 되면, 성경을 가르치거나 이야기 할 때에 도무지 다른 주제로 넘어갈 틈을 얻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에 바울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할 때에, 당시 수다한 사람들의 경우와도 같이 이것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오직 순전함으로 하나님께 받은 것같이 전했습니다(고후 2:17). 그가 이렇게 했던 것은, 오직 십자가의 도만이 구원을 가져온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고전 1:18).
말씀의 사역은 교회의 가장 뚜렷한 표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신실하게 선포되어지고, 또한 순수하게 고백되어지는 곳에 참 교회 혹은 살아 있는 교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일 말씀이 하나님과 동등한 권위를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 더 이상 교회가 되지 못합니다. 이 말씀의 교회 마크로부터 다른 두 마크가 발생하여, 성례의 집행에 의하여 말씀은 보증되어지고, 말씀과 성례를 적절히 집행함으로 말미암아 권징이 수반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르고 건전한 교회를 가리켜 통상 말씀주의 교회라고 일컫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의 표식을 바르게 이해하면, 교회의 성장 혹은 그 부흥의 실체를 바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날 현대 교회에 있어서 부흥의 개념이 상당히 그릇되이 이해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교회의 대형화 그 자체가 교회의 부흥인 듯이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성경적으로 성장 혹은 성숙한다는 개념은 단순히 외형적으로 비대해진다는 개념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것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성장 개념은 항상 질적인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그처럼 양적인 확장을 목표로 하지는 않습니다. 교회의 진정한 성장은 그 성격상 외형적인 부피가 비대해지는 것을 가지고서는 평가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교회라고 하는 한 간판 아래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거나 혹은 그로 말미암아 큰 건물과 많은 차량 등등의 재산을 많이 소유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부흥의 본질인 것은 아닙니다.
신약성경에 의하면 교회의 진정한 성장은 하나님의 말씀이 권위를 얻는 정도에 비례하여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오순절날 출현한 교회는 말씀의 사역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당신의 백성을 부르셨고, 이에 응답함으로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이후 사도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 가운데서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히 증거했습니다(행 4:31). 하나님의 말씀의 핵심 내용은 기독론입니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신 사실을 선포하고 가르치기 위하여 쉬지 않고 사역했습니다(행 5:42). 교회를 출현시키시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로 말미암아 오순절에 예루살렘 교회가 갑자기 3,000명, 5,00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을지라도, 사도들은 자기의 본업이 교회를 조직하고 관리하는 일에 있기보다는,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고 몸소 적용했습니다(행 6:4).
이처럼 교회의 생명력 있는 모습은 거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왕성하게 역사한다는 데서 찾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의 흥왕이 바로 교회의 부흥이요, 곧 진정한 성장이었던 것입니다. 유대교 제사장들이 교회 안으로 집단적으로 들어왔던 것도 하나님의 말씀이 왕성했기 때문입니다(행 6:7). 헤롯이 제아무리 교회를 핍박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 가운데서 왕성하게 역사하였고(행 12:24), 우상숭배로 가득한 이방세계를 굴복시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되어진 일이었습니다(행 19:20).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의 흥왕은 교회의 생명이 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자기가 성장해 나가려 함에 있어서는 물론이요, 세상을 전도하려 함에 있어서도 당연히 하나님의 말씀을 수단으로 사용하여야 합니다. 교회 안에 하나님의 말씀은 항상 흥왕해야 하고, 이것의 교회의 교회됨을 결정짓습니다. 물론 여기서 흥왕의 개념은 말씀의 양적인 팽창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의 권위가 교회 안에서 정당하게 행사되었고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여 사람들이 복음의 말씀에 순종하는 역사를 가리키는 것이요, 그런 식으로 말씀이 권위를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상 살펴보았듯이 ‘하나님의 말씀의 신실한 선포’는 교회의 중요한 표식입니다. 바로 이 표식이 없게 되면, 교회로서의 가치 혹은 정체성은 상실되어버립니다. 이렇게 교회다운 가치가 상실되었음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교회라고 하는 형식과 모습을 유지해 나가려고 하는 데서 바로 ‘죽은 교회’의 문제가 나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절대적 권위와 기독론적인 해석이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성경이 다루어지고 각종 교회적인 행사들이 역사되는 교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 사상을 종합해 보면, 이런 경우 ‘죽은 교회’로 판명되어집니다. 여기서 ‘죽은 교회’ 혹은 ‘교회의 수명’이라고 하는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은 교회 안에는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이 한 사람도 없다’고 하는 의미는 아닌 것입니다. 그 안에도 여전히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핵심인 즉은 그처럼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상호 성령님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합한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적 속성들을 구현해낼 수 있어야 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더 이상 교회라고 부를 수 없는 죽은 교회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역사는 로마 카톨릭 교회의 모습을 통해서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는 자기네가 지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교회라고 주장하였지만, 개혁주의자들이 보기에 그것은 사실상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단의 회였지 결코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도 구원받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처럼 구원받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몸으로써 존재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도무지 교회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교회적 생명이 없는, 경건의 능력이 없이 다만 그 모양만 갖춘 바, 살았다 이름하나 사실상 죽은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교회에 대하여 죽음이라는 말을 쓸 때에 이것을 ‘존재의 상실’ 혹은 ‘생명의 중단’이라고 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아니면 ‘가치 상실의 정도’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도달하는 결론 속에는 항상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교회이든 지의 여부를 떠나서 가치가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피상적으로는 교회라고 하는 명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요,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단호하게 죽은 교회라고 평해질 수 있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속에는 진정으로 구원을 받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사실 등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을 염두에 두고, 지금 주님께서 사데 교회를 가리켜 ‘살았다 하는 이름을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고 하신 말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를 죽음에로 내모는 독소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 사데 교회는 분명 죽은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 사데 교회는 ‘일깨워 그 남은 바 죽게 된 것을 굳게 한다’는 전제하에서 아직은 살아 있는 교회입니다. 지금 주님께서 사데 교회에 요구하시는 바는, 살아 있는 교회로서의 가치와 생명력을 더더욱 증진시키라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너는 일깨워 죽게 된 것을 굳게 하라’(2절)고 하셨고, ‘……회개하라’(3절)고 하셨습니다. 나아가 사데 교회 안에 ‘그 옷을 더럽히지 아니한 자 몇 명이 있다’(4절)는 사실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또한 사데 교회가 이제 전개하게 될 전투적 교회로서의 투쟁에서 승리할 것을 기대하시면서 ‘이기는 자는 이와 같이 흰옷을 입을 것이요, 내가 그 이름을 생명책에서 반드시 흐리지 아니하고 그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5절)고 하는 격려의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이 말씀의 본의는, 사도 베드로가 ‘그러므로 형제들아 더욱 힘써 너희 부르심과 택하심을 굳게 하라 너희가 이것을 행한즉 언제든지 실족지 아니하리라’(벧후 1:10)고 했던 바와 같습니다. 또한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벧전 1:9)고 하신 말씀과도 같습니다.
여기서 우선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과연 교회가 죽음에 이르게 될 경우 어떤 독소들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 사데 교회 안에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끔 하는 독소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너는 일깨워 네 죽게 된 것을 굳게 하라’고 하신 말씀은, 좀더 그 의미가 강화되어서 다시금 ‘……회개하라’(3절)는 내용에로 나아간 것입니다. 지금 사데 교회는 회개해야 할 것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사데 교회를 서서히 망하게끔 내몰아 가는 독소였습니다. 만일 사데 교회가 이 독소를 제거하지 아니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생명 그 자체를 상실하고야 말 것입니다. 더욱이 이 생명의 상실이란 것은, 서서히 자연스럽게 거기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고, 주께서 친히 집행하시는 심판을 통해서 오게 됩니다. 이 사실이 ‘만일 일깨지 아니하면 내가 도적 같이 이르리니 어느 시에 네게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하리라’(3절하)고 하신 말씀을 통하여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물론 이 말씀은 주께서 적극적으로 사데 교회를 심판하실 것이라는 의미이기보다는, 장차 되어질 주님의 급작스러운 재림 앞에서 사데 교회가 더 이상 회개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사데 교회를 죽음에로 내몰고 있었던 독소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일깨워’라는 단어를 통하여 암시되는데, 이 말은 2절과 3절에서 두 번이나 사용되었습니다. ‘깨어 있는다’(Wake up)는 것은, 잠자는 상태와 반대인 살아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죽은 상태라는 것은 마치 잠자는 모습과 방불합니다. 반면 살아 있는 것은 깨어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깨어 있어야 하는 상태’를 저버린 것이 바로 사데 교회가 안고 있는 독소였습니다. ‘깨어 있지 아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을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깨어 있지 않은 이것이 교회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깨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약성경에서 깨어 있어야 하는 상태를 묘사한 용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막 13:33-37 롬 13:11), 믿음에 굳게 선다(고전 16:13), 기도에 힘쓴다(마 26:41 골 4:2), 흉악한 이리의 출현에 주의한다(행 20:31 벧전 5:8), 주의 재림을 대비하여 근신한다(마 24:42 25:13 살전 5:6 계 16:15) 등입니다.
이상 ‘깨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살펴본 일단의 모습들은, 교회가 교회다운 가치 혹은 그 생명력을 온전하고도 활기 있게 전개해 나가는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모습은 잠자는 것이요 죽어 있는 것인데, 이는 교회다운 가치 혹은 그 생명력이 없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면 이런 교회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여기서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죽은 교회라고 해서 피상적인 활동성 그 자체조차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 곧 죽은 교회가 단순히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왕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령 성전 건축이라고 하는 피상적인 명분 아래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고, 전도한답시고 하면서 사람들을 자기네 모임 안으로 끌어오는 일에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들은 교회가 드러내야 할 진정한 가치와 생명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이요, 따라서 죽은 자와도 방불할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교회의 교회다운 가치를 재는 척도를 우리에게 분명하게 제시하셨습니다. 그것은 성령으로 거듭난 바, 새로운 피조물다운 생명력의 온전한 구현 여부에서 드러납니다. 주님은 이것을 사데 교회에 적용하여 말씀하실 때, ‘내 하나님 앞에 네 행위의 온전한 것을 찾지 못하였나니’(2절하)라고 묘사하셨습니다. 사데 교회의 행위는 온전치 못했습니다. 이는 사데 교회에서 나타나야 할 바 성령으로 거듭난 자로서의 새로운 피조물다운 생명력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여기서 헬라어 ‘온전한’은, ‘완전하다’는 뜻이 아니고, ‘채우다’를 의미합니다. 사데 교회의 행위는 하나님의 기준을 채우지 못한 것이요, 곧 하나님의 표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되었는가 하면, 주께서 입혀주신 ‘흰옷을 더럽힘’으로서입니다(4절). 여기서 ‘흰 옷’은 구원받은 사실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쓰였습니다(계 4:4).
사데 교회가 흰옷을 더럽힌 이것은, 그의 행위가 하나님 앞에서 온전치 못한 것의 의미이며, 또한 깨어 있는 삶을 전개하지 아니한 것이기도 합니다. 요한계시록 14장에 보면 이 사실이 아주 극적으로 묘사된 것을 봅니다. ‘이 사람들은 여자로 더불어 더럽히지 아니하고 정절이 있는 자라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며 사람 가운데서 구속을 받아 처음 익은 열매로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속한 자들이니 그 입에 거짓말이 없고 흠이 없는 자들이더라’(4-5절). 여기서 여자는 ‘음녀’로 상징된 바(계 17:1), 흑암의 권세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정작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정절이 있는 자’라는 표현과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라고 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주목할 것이요, 기타 세세한 도덕성들은 이것이 되어 있지 않은 데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어린양으로 묘사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인도를 순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 흑암의 권세에 예속되는 일이 뒤따르는 것이요, 이는 음녀와 짝하는 것이며, 깨어 있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이요, 하나님 앞에서 그 행위가 온전치 못한 것으로 판단받게 됩니다.
교회란 흰옷을 입은 자들이 모여서 이루는 공동체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힘입어 구원을 받은 자들이 이루는 새로운 질서의 세계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질서’라는 말을 썼는데, 이는 구원받은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살아나온 삶과는 근본적으로 별다른 삶을 살게끔 되어 있다는 차원에서 표현된 것입니다. 이것을 좀더 직설적으로 말해보자면, 만일 누군가가 자신이 구원을 받았다고 확신한다면, 그렇다면 그는 의당히 지금까지 추구해나온 삶의 방식과는 완전히 결별하여야만 한다는 말인 것이요, 오직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데로만 나아가야 한다는 말인 것입니다. 이 요구는 절대적인 것이요, 어떤 이유나 핑계로도 양보되거나 약화되지 않습니다. 성도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되고 오로지 일편단심으로 하나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또 이렇게 살되 자기 자신만의 독단적인 생각이나 힘만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되고, 함께 구원을 받은 다른 형제 자매들과 피차 연합한 가운데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성령의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면서, 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처해 있는 위치에 합당하게 서서 자기에게 주어진 은사의 분량에 맞게끔 생각하고 활동하면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다른 형제 자매들의 봉사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마침내 한 인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 나가는 일에 적절히 기여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에 오직 하나님만을 위해서 사는 삶이란 것에 성립되게 됩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삶의 당위성
여기서 교회를 죽음에로 내모는 독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사상을 취하기 위하여 잠깐 주제를 돌이켜 성도는 구원을 받은 이후부터는 단연코 ‘하나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어리고 미숙한 성도들이 이런 말을 대하게 될 때에, 대부분 손해 의식(?)에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자유와 권리가 상실되는 것처럼 생각한다거나 혹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바 ‘예속된 고용인’이라고 하는 인상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듣기만 해도, 바로 그 순간부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버립니다.
그러나 자기 속에서 이와 같은 저항 반응이 일어난다고 생각될 경우 반드시 한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과연 구원을 받았는가 하는 것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아니면 과연 구원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합니다. 사실 사람이 구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분명 고쳐야 할 점이지만, 반면 구원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이런 경우 참으로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전자의 경우 그래도 마침내 궁극적인 구원을 받을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더 이상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한 채 영원한 멸망에로 떨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사람이 이와 같은 착각에 빠져 있을 경우 이것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그것은 ‘하나님만을 섬기는 삶’이라고 하는 명제와 만날 때에 저항 반응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오직 하나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할 때에, 이 사실을 당위성으로 받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있는 여러 가지 연약함으로 말미암아 충분히 그러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구원을 받았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옛 사람의 영역에서 살아나온 삶의 성향이 마치 관성법칙(慣性法則)과도 같이 끝임 없이 작용하고, 또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훼방하는 흑암의 권세라는 것도 이런 저런 모양으로 줄기차게 미혹하며 역사하는 까닭에, 성도가 ‘하나님만을 위해서 사는 삶’을 온전히 전개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기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소욕에 예민하게 깨어 있으면서, 거기에 순종하는 삶이 부단히 전개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것이 점차적으로 농도 깊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구원을 받았다고 해서 각고면려(刻苦勉勵)하므로 개과천선하여 하루아침에 도덕군자와도 같이 된다거나 혹은 순교자와도 같은 심정으로 살아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쳐서 복종시키는 각성이 부단히 삶의 노정에서 이루어지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성숙했고, 그런 까닭에 내일은 이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하는 소망의 근거를 만들어내면서,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삶의 정도는 조금씩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늘이라고 하는 이 시점에 이것을 온전하게 이루지 못했다고 하는 사실 때문에 성도는 다시 한번 주님 앞에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다시금 각오를 새롭게 하곤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하는 명제를 대하는 성도의 각성과 자세는 이렇게 확고부동하고 신실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예 이같은 요구에 직면할 때에 저항 반응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을 가리켜 스스로 성도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런 명제를 대할 때에, 마치 중세기 노예의 개념을 떠올린다거나 혹은 옛날 양반 상놈하면서 신분을 나누던 때의 한국적인 상황을 생각하면서 피해의식에로 빠져버립니다. 나아가 이같은 이론이 나올 때에 아예 노골적으로 혈기를 내면서 반대하고 저항하기까지 합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사람들을 보면, 그가 처음에 교회 앞에서 세례를 받을 때에 가졌던 복음에 대한 신앙고백이란 것이 확실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즉 이 사람은 신앙고백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적당히 술수를 써서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혹은 아예 적극적인 의지를 발휘하여 의도적으로 교회를 속이고 신앙고백을 통과하여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상 신앙을 고백하지 않은 것입니다. 신앙을 고백한 사람이라면, 성도의 삶이란 것이 ‘하나님만을 위해서 산다는 데서 찾아진다’고 하는 이 당위성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저항 반응을 보일 수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그는 구도자로 있을 때에 복음과 관계된 일련의 진리들을 분명하게 배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산다’고 하는 사실은 복음 진리의 핵심입니다. 사람이 구원을 받지 못했을 때에는 제아무리 하나님을 위해서 살려고 해도 근본적으로 그렇게 못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러한 생각조차도 못합니다. 성령의 소욕을 받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육신의 생각이란 것은, 하나님의 법에 굴복할 수 있게끔 하지 못하는고로 하나님과 원수가 될 뿐이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롬 8:7). 이는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흑암의 권세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나오는 삶의 모든 것이 하나님 앞에서 죄로 규정됩니다. 그러니까 죄의 성격이란 것이, ‘하나님을 위하여 살지 않는 모든 삶의 방식’으로 정의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상태에서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은혜가 임하게 되면, 그는 흑암의 권세에서 해방되게 되고,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속하게 되는 일이 수반됩니다(골 1:13-14). 다시 말하여 그의 삶 속에서 이제 ‘하나님을 위하여 사는 삶의 전개’가 하나의 실질이 되어 분명한 실제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성도는 이와 같은 실제를 생각할 때에, ‘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효가 나에게 이런 삶을 가져다 주었구나!’고 깨닫습니다. 육신의 떡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길 없는 영생의 문제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 안에서 해결된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주 예수 그리스도께 복종하기를 기뻐하고, 어찌하든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데로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목표를 더더욱 상향적으로 설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까닭에 그에게서는 옛 사람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고, 반대로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는 삶이 권세 있게 나타나는 것이요, 하나님의 일에 열심하는 친 백성의 모습이 상승하는 것입니다(딛 2:14). 그야말로 깨끗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형식적인 신앙고백이 교회에 끼치는 위험
이런 의미로 여기 사데 교회에서는 구원받은 사실을 ‘흰옷을 입었다’고 하는 상징으로서 묘사한 것입니다. 이 사람은 교회 생활을 통하여 이와 같은 복음의 진리를 배우고 또한 생활 속에서 실제로 체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 사이엔가 이것이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나타나는 것이요, 교회는 이 사실을 확인하여 세례를 줍니다. 그래서 이 사람도 하나님의 언약 백성인 사실을 교회 앞에서 확증하고, 이후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한 지체인 사실을 피차간에 확증하며, 거기에 따르는 여타 의무와 권리들에 충실할 것을 서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실체가 교회를 통하여 세상 앞에 그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내게 됩니다. 신앙고백을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앙고백을 형식적으로 한다거나 혹은 스스로를 속이면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 섞여사는 무리들이 있게 되고(출 12:38 민 11:4), 가만히 들어오는 무리들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유 1:4). 따라서 교회는 누군가에게 세례를 베풀려고 할 때에, 그 사람의 말만을 듣는 것이 아니고, 일상의 생활까지도 주도면밀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제아무리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고 또 많은 재산을 소유해서 교회를 물질적으로 부요하게 할만한 위치에 있다 할지라도 신앙고백이 확실하지 않은 한에는 결코 세례를 주지 않습니다. 반면 그가 사회적으로 제아무리 비천하고 천박한 상태에 있다 할지라도 신앙고백이 분명한 한에는 어떤 이유로도 세례 베풀기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신앙고백이 진실한 교회로부터 신앙고백을 인정받아 세례를 받는 일은 곧 구원과 방불한 것이요, 반대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구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게 됩니다. 세례를 받지 않는 한에는 어느 누구도 구원을 받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여 그 사람의 신앙고백이란 것이 교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 사실은 천상에까지 연결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교회에게 이와 같은 권세를 주시면서 이를 ‘천국 열쇠’라고 하셨고, 땅에서 이 열쇠가 사용되어질 때에 그 결과가 하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셨습니다(마 16:19).
그러므로 신앙고백이 진실한 성도들로서 이루어진 교회에 속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고, 이런 까닭에 바른 교회를 선택하는 일은 직장을 얻거나 사업을 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더 중요한 일이요, 무엇보다도 앞서서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일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진리는 역으로도 적용됩니다. 즉 가령 여기에 신앙고백이 진실하지 못한 성도들로 구성된 교회가 있다고 봅시다. 이런 교회는 자기네의 정체성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 신앙고백이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 함부로 세례를 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교회가 가진 ‘천국 열쇠’라는 것은, 스스로 탈취한 것에 불과하게 됩니다. 탈취한 천국 열쇠의 사용은 결코 천국에서의 재가와 연결되지 아니하며, 음부의 권세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교회의 경우 제아무리 복음전파 운운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자기네 교회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할지라도 정작 자기네도 천국에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만을 하는 것입니다(마 23:15).
사실 예로부터 구도자의 신앙고백을 형식적이며 피상적으로 점검하는 가운데 그야말로 아무에게나 세례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사람의 의식과 각오와 삶의 실질이 어떠하든지의 여부를 살피는 일이 없이, 순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는 음성을 입술로 뱉어내기만 하면, 그것을 신앙고백이라고 간주하면서 세례를 베풀곤 합니다. 부흥되려고 하는 욕구에 사로잡힌 교회들이 너도나도 이렇게 하게 되고, 그래서 이러한 교회들이 하나의 제도권을 형성하고 있다보니, 이것이 유행을 형성하여 이제는 아예 합법화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할 때에도, 이런 교회들은 이구동성으로 성경 여기 저기를 피상적으로 들이대면서 자기네가 가장 성경적인 입장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기네가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정통을 주장할 때마다 의례껏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정통이라는 명분 아래 실상은 전통만을 취해 나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좀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이것을 자기네 시대에 유행시키게 됩니다. 자기네 교단이 오래 전부터 행해나온 전통이라고 하는 이것이 정통으로 둔갑하는데, 여기서 전통이란 것은 다수라는 개념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다수와 전통과 유행은 언제나 같은 선상에 서게 됩니다.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을 아는 것에서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는 데까지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라고 했던 파스칼은 말하기를 ‘왜 사람들은 다수를 따르는가? 다수가 더 옳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들의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고 습니다. 지금 파스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하면, 다수와 진리와의 구분입니다. 즉 다수와 진리는 항상 별개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다수가 진리는 아닙니다. 이것은 복음의 영역에서 더더욱 적용되어집니다. 자기와 같은 교회들이 많다고 하는 사실에서 자기네 교회의 정당성을 찾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진 성도들이 많다는 것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옳다고 생각하면 큰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 오직 성경만이 모든 믿음과 행위의 척도요 기준입니다. 역사 속에서 존재해 나온 정통 교회는 이 믿음과 행위의 척도요 기준인 성경에 입각하여 신앙을 고백했고, 유지했으며, 전수시켰습니다. 이 신앙고백은 지금 현재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어 나왔고, 최고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이 신앙고백서의 진리 위에 서는 것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통이요, 정통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신 것처럼 복음의 진리 역시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합니다. 하나님의 진리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변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앙의 기풍이 있는 교회
바로 이 신앙고백의 핵심 사상에 인생의 가치와 목적에 대해 다룬 것이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문은 “사람의 첫째 되고 가장 높은 목적이 무엇입니까?”라고 묻고는 그 대답으로 “사람의 첫째 되고 가장 높은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롬 11:36 고전 10:31), 그를 영원토록 온전히 즐거워하는 것입니다(시 73:24-28 요 17:22,24)”고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것이 복음의 목적입니다. 성도가 복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 일은, 하나님께서 복음으로서 자신을 ‘구원하신 목적’을 아는 것과 결코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구원을 받는 일은 구원을 받은 목적과 필연적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가 구원을 얻었다’고 하는 이 고백은, ‘나는 이제부터 하나님만을 위해서 살 것이요, 그렇게 하는 것이 인생의 참된 가치임을 인정한다’고 하는 내용을 동시에 수반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세례를 받기를 원하고, 그래서 언약 공동체인 교회에 속하기를 원할 때에는 기존의 성도들 앞에서 이 사실을 진실하게 고백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고백함이 없이는 세례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확신이 없는 데 다른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서 한다거나 혹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신앙은 진실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고백(告白)’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함”으로 풀이했습니다. 또한 ‘신앙’은 “신을 절대시하여 믿고 받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따라서 신앙고백이란, “신앙의 교리적 내용을 공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 구세주이시다’고 하는 사실이 신앙고백에 있어서의 대표적인 교리적 내용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기타 복음 진리의 체계적인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는데, ‘하나님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옳다’고 하는 고백은 대표성을 띄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할 때에 이러한 고백까지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입니다. 개인에게서 이와 같은 주관적인 고백이 교회의 전체 회중 앞에서 진솔되이 고백되어질 때에 교회는 성 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풂으로 그의 고백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만일 이것을 신앙으로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세례를 받았다면, 그렇다면 세례를 베푼 교회도 잘못한 것이고, 세례를 받은 사람도 잘못한 것입니다. 교회가 그 사람의 신앙고백을 진실되이 잘 살피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사람이 교회를 속임으로 이렇게 되기도 합니다. 또는 의도적으로 속이기까지는 아니했다 할지라도 당시로서는 신앙고백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얼렁뚱땅 세례를 받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어찌되었든지 ‘지금’이라고 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더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로서야 어찌되었든지를 무론하고 만일 이후의 신앙생활이란 것이 정상적으로만 진행되어져 나왔다면, 이미 과거의 문제들은 일거에 다 해소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비록 육신이 연약하여 이것을 제대로 이루어내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 생각과 정신 혹은 사상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하나님을 위하여 사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에 사로잡혀 있을 것입니다. 성도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합니다. 복음의 진리는 우리에게 이 사실을 논리적이고도 충분하게 가르칩니다. 이런 까닭에 연조가 깊은 성도일수록 이제 막 믿기 시작한 성도와 비교할 때, 하나님을 섬기는 내용과 태도들이 좀더 깊이 있고, 무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사람에게서는 ‘사나 죽으나 자신이 주의 것’(롬 14:7-8)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모습들이 폭넓게 나타나게 됩니다. 육신의 소욕을 좇지 않고 성령의 소욕을 좇는 성도다움이 돋보이는 것입니다.
교회에는 이러한 신앙 인격자들에게서 나오는 ‘신앙의 기풍(氣風)’이란 것이 있어서 전체 교회를 이끌고 나가는 교기(敎紀)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세상 말로 군기(軍紀), 곧 군대의 규율 및 풍기란 것이 있습니다. 이 군기가 없으면 그 군대는 오합지졸로 전락하여 국토와 백성을 지키는 방위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의 기강 혹은 기풍, 곧 교회다움을 유지하는 ‘교기’가 있어야만이 이 괴악한 세상 속에서도 능히 하나님의 나라를 운반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신앙의 기풍이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신앙고백을 유지하고, 온갖 세속적인 이론들로부터 신앙고백을 수호하며, 나아가 미래의 역사 속으로 이것을 계승시키려고 하는 정신과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교기로 나타나야 합니다. 신앙고백을 확실하게 지키는 신실한 주의 백성들이 이같은 신앙의 기풍을 이루는 가운데 교기를 세우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어느 사이엔가 교회는 사망에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여기 사데 교회의 경우를 보면 불행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지극히 적었습니다. 주님은 이들을 가리켜 말씀하실 때에 ‘그 옷을 더럽히지 아니한 자 몇 명’이라고 하셨습니다. ‘몇 명’에 불과합니다. 신앙의 기풍을 세워나가는 자들이 적다는 사실이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된 것입니다. 사데 교회의 다수 구성원들은 흰옷을 더럽힌 자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죽은 교회 상태로 미끄러진 이유
이제 교회를 죽음에로 내몰아간 독소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이지만, 주님은 이것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네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 생각하고 지키어 회개하라……”(3절). 여기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가 가리키는 것은, 성도에게 처음에 전해진 복음의 진리를 말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고 하는 말씀과도 같이 성도는 처음에 이 복음의 진리를 듣고 가르침 받는 것을 통하여 믿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믿음에 이르는 이것은 곧 신앙고백에로 나아간 것을 가리킴에 다름이 아닙니다. 성도가 신앙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새로운 지식 체계가 형성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여기서 새로운 지식 체계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으로 말미암는 복음의 도리를 가리킵니다. 성도는 이 복음의 도리를 받았고, 믿었으며, 의지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데 교회의 성도들이 받은 구원의 방식이었습니다.
사데 교회 성도들은 복음의 진리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접촉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절대주권성에 복종하였고, 기독론적인 해석과 연합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블가항력적인 은총의 선물을 받아들였습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에게 죄 사함이 이루어진 사실을 이해했고, 그것을 부여잡았습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구주이십니다’고 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사실 이 말 속에는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단의 진리 체계가 종속적으로 뒤따르게 됩니다. 여기에는 창조의 사실이 있고, 타락의 문제도 있으며, 죄의 규명도 있고, 나아가 성화, 성령, 교회, 순종, 계시 등의 다양한 명제들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좀더 나아가면 ‘구속사’라고 하는 개념과도 만나고, 자기가 살아가는 시대의 역사와 정신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과도 만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들 명제와 개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는 말 속에 반드시 속해지는 것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이들 명제들에 대한 개념 이해를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진리의 지식이 자기에게서 지적 작용을 일으켜 주어야, 비로소 정적인 감동에도 사로잡힐 수 있는 것이고, 동시에 그것에 걸맞은 행동, 곧 의지적인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 속에 있는 복음의 진리가 자신의 행동과 삶의 동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데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역동적인 일꾼의 모습을 띄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은 단순히 몇 마디 말로서 설명되는 정도로 그쳐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체계를 형성하니, 곧 일종의 ‘교훈의 본’(form of teaching)을 형성하는 것입니다(롬 6:17). 복음의 진리를 체계적으로 듣고 배우며 삶 속에서 실증받는 과정을 겪으면서 마침내 신앙고백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런 과정을 필히 거치면서 비로소 진실한 신앙고백이란 것이 나오게 됩니다. 물론 어려서 죽게 되는 유아들의 경우나 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이들이 선택된 백성인 한에는 하나님께서 구원을 베풀어주십니다. 그러나 적어도 역사라고 하는 시간의 무대 위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역사를 창조하는 자로서의 교회의 구성원 노릇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이런 과정에 필연적으로 속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 ‘그러므로 네가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 생각하고 지키어 회개하라’고 하신 말씀의 본의에 이르려면 이상의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에 사데 교회는 교훈의 본을 받고 마음으로 순종함으로 흰옷을 입는 데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복음으로부터 이탈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겠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개의 경우 처음에 받았던 복음의 진리가 흐리멍덩한 것이었던 데서 이런 현상을 가져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복음을 받을 때에 흐리멍덩한 수준의 진리를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앞서서 쉽게 교회로 가입해 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입술로 뱉어내는 소리와 발음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신앙주의자들의 전도를 통하여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경우에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이들이 신앙고백을 그야말로 고백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본래의 모습대로 되돌아가곤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행해나온 교회 생활이란 것이 있기 때문에 아예 노골적으로 교회를 떠나지 않는 데서 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형식적으로나마 교인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야말로 형식적으로만 교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배우고 깨닫는 것이 뒤따르지 않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세상에 대한 애착에는 더더욱 깊숙이 빠져듭니다. 바로 여기에서 본인에게 있어서는 이중 생활이란 것이 나타나게 되고,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교회를 사망의 길로 치달리게 하는 독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 죽음에로 내몰렸던 사데 교회의 경우도 이와 같은 흐리멍덩한 신앙고백자들이 다수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도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영적인 삶의 영역에서는 세상을 향하여 설 수 있는 선택이나 혹은 중간에 설 수 있는 중립지대란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중립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을 택하거나 속하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어느 날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나와 함께 아니하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요 나와 함께 모으지 아니하는 자는 헤치는 자니라”(눅 11:23)고 하셨습니다. 성도가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살지 아니하면, 세상을 위해서 살게 되는 이것이 필연적입니다. 이런 까닭에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한 자다웁게 적극적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삶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흐리멍덩하게 되면 미처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세상을 향하여 적극적으로 서게 됩니다. 사람이 세상을 위해서 사는 이것은 본능적으로 되어집니다. “내가 세상을 위해서 사는 삶을 위해서 지금 무언가 대단한 것을 생각하여 작심을 하고 전개하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타락한 본성을 가진 까닭에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것이고, 이 본성이란 것은 거듭난 후에도 시시때때로 기회를 얻어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항상 자신이 구원받은 목적을 상기하여야 하고, 실제로 그러한 삶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가 하는 것을 부단히 살피는 일에 깨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도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거룩한 의무인데, 성도라고 하면서도 이것을 저버리게 되면, 본인에게는 이중생활이란 것이 초래되고, 교회적으로 볼 때에는 교회를 망케하는 독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주님은 ‘…지키어 회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무엇을 지키고 회개하는가? 그들을 신앙고백에로 이끌어주었던 처음의 진리를 지키라는 것입니다. 처음의 열심에로 복귀하라는 것입니다. 덧붙여 진리를 지킬 뿐만 아니라 신앙고백을 저버린 행위를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회개하라는 요구가 주어진 것을 보건대, 사데 교회원들이 잠자는 상태, 곧 죽음의 상태로 빠져버렸던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핑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환언하자면 이 말씀은 과거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던 때의 신앙과 결단과 감격을 다시금 되돌이켜 보라는 말씀이요, 그때 하나님께 드린 신앙고백을 지금 저버리고 있는 것을 회개하라는 권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깨워라’고 하십니다. 더 이상 잠에 빠져 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이라고 하는 침대에 내어던진 채로 내버려두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다운 도리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일깨워라’고만 하지 않으시고, ‘회개하라’고 적극적인 요구를 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경고를 듣는 지금이 회개할 때입니다. 더 이상 미루고 지체하며 태만을 벗어버리지 아니하게 되면, 불현듯이 주님의 심판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일깨지 아니하면 내가 도적 같이 이르리니 어느 시에 네게 임할는지 알지 못하리라”(3절하).
회개가 필요한 교회
주님은 사데 교회를 향하여 이 사실을 지적하시면서 회개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성경에서 회개는, 항상 삶의 방향을 돌이킨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좇는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는 것을 가리킵니다(엡 4:22-24). 교회 구성원들은 이와 같은 생명력을 발휘하는 일에 부단히 깨어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힘써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에 마귀가 틈타지 못하며(엡 4:27), 그의 속에 계신 성령께서 근심하지 않으실 것이요(엡 4:30), 오직 사랑이 충만하게 역사되는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엡 4:32).
교회를 설명하는 데에는 많은 말이 있겠는데, 특별히 회개하는 공동체로도 묘사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회개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이 회개는 일순간의 경험이나 감정 체험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그의 생애 속에서 일평생 지속됩니다. 왜냐하면 ‘삶의 방향을 돌이키는 것’이 회개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살아나왔던 삶을 돌이키고, 이후로는 하나님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이것을 가리켜 회개라고 합니다. 성령께서 성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에로 연합시키실 때, 그래서 언약 공동체인 교회의 일원으로 합류시키시게 되면, 그에게서는 필연적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인 것이요, 따라서 교회는 회개하는 공동체라고도 설명되는 것입니다.
일평생에 걸쳐서 회개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이것이 실질적으로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겉으로만 신앙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면, 어느 사이엔가 옛 사람의 성향에로 되돌아가 버리고 마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이때 아예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회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금 옛날처럼 일락을 좋아하게 되고(딤전 5:6), 행함이 없는 믿음에 머무르며(약 2:17,26), 돈을 사랑하게 되고(딤전 6:10),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그 능력은 부인하게 됩니다(딤후 3:5). 그런데 성경은 이런 사람을 ‘죽은 자’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이는 생물학적인 차원에서의 호흡이 정지되었다는 뜻이 아니고, 영적으로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절되어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엡 2:1). 우리의 과거가 이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심으로 죽은 자와도 같은 상태에 처해 있었던 우리를 깨워놓으사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엡 5:14). 이것은 회개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을 가리킵니다. 사데 교회도 동일한 은혜를 입어 회개에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의 회개는 찻잔 속의 폭풍과도 같은 것에 머물렀습니다. 더 이상 삶을 꾸준히 돌이켜 나가는 회개가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과 순종보다도 세상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더 앞섰습니다. 서서히 미끌어져갔으며 마침내 그들 속에 심겨진 새 생명의 기운은 질식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역사가에 의하면 당시 사데시(市)에는 요정들이 그득하였고, 항상 미녀들과 고량진미(膏粱珍味)가 따랐으며, 연일 음악과 축제가 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의 경제적 상태가 이렇듯이 부요하였는고로 교회 역시 같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직 초대교회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교회 건물이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했고, 성도들이 넘쳤으며, 이로 인하여 수많은 헌금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교회에 대한 주님의 평가는 준엄합니다.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1절하).
지금 주께서 이와 같은 평가를 하신 것을 보건대 주께서 보시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드러납니다. 주께서 보시는 기준은, 성도에게 있는 지속적인 회개입니다. 지속적인 회개에 힘쓰는 자들은 세상에 취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영적인 삶을 전개하는 일에 항상 깨어 있게 됩니다. 항상 깨어 있는 사람만이 세상 속에서 전투적인 교회원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게 되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지휘를 힘입어 항상 이기게 됩니다. 여기 ‘이기는 자’라고 하는 말씀은, 우리 성도들이 세상과의 전투에 필연적으로 임해 있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으며, 이 전투에 적극적으로 임함으로 항상 승리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지금은 남은 자들의 선전이 더더욱 필요한 시대-
사데 교회를 보시는 주님의 마음은 서글프십니다. 그러나 과거 구약시대 때 끝까지 욥을 신뢰하심으로 사단의 도전을 응징하셨던 그 주님께서, 지금 당시와 동일한 심정으로 사데 교회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아니하십니다. 지금 주께서는 사데 교회를 이루고 있는 다수의 성도들이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으로 만족하며 세상이라고 하는 거대한 침대에 몸을 맡긴 채 몽상에 빠져든 것을 분명하게 보셨습니다. 그렇지만 주님은 동시에 흰옷을 더럽히지 않는 몇 명의 성도들도 분명하게 보셨습니다. 주님은 이들에게 소망을 가지십니다. 이들은 그 입은 흰옷을 더럽히지 아니하였고, 무엇보다도 주님과 함께 다니고 있으며, 그래서 주님께 합당한 자로 존재하고 있습니다(4절). 이들은 죽게 된 것들 중에서 남은 바에 속하는 자들입니다(2절상).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남은 자’ 사상입니다. 남은 자 사상은 구약 구속사를 통하여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을 예수께서는 당시 ‘적은 무리’라는 표현으로 묘사하셨습니다(눅 12:32). 이같은 표현은 구약 사상으로부터 연유한 것입니다. 구약시대 때 역사적 이스라엘은 매사에 하나님께 불순종하였고 따라서 하나님으로부터 언약적 심판을 자초하였습니다. 역사적 이스라엘의 이와 같은 고질적인 불순종은 마침내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보내신 독생자까지도 십자가에 못박는 전대미문의 모순을 빚게 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남은 자는 있어서 이들은 다수 이스라엘 행위와는 달리 메시아께 순종합니다. 구약 선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의 구원이 바로 이들에게 임한다고 예언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께서 아기로 태어나셨을 때 이를 알아보았던 남은 자들이 있었는데, 시므온과 안나 등은 바로 이 남은 자 무리의 지도자였습니다. 이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나온 자들이었기에 구속사의 절정이 임했을 때, 여전히 그 구속사의 자리를 매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대다수 유대교 지도자들은 전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엄청난 모순을 잘 보여주는 사건 하나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와서는 유대인의 왕이신 메시아를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헤롯을 찾아와서 유대인의 왕이신 메시아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을 것입니다. 이에 크게 당황한 헤롯이 유대교의 지도자들인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호출한 가운데 그리스도가 어디에서 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그리스도의 도래가 베들레헴 땅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언한 구약성경의 메시지를 주저 없이 제시했습니다.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예언인지라 헤롯에게 쉽게 제시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성경을 연구한 끝에 그러한 결론을 얻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자기들끼리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결론에는 도달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결론은 여기에 관여한 자들로부터 다양한 태도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먼저 동방 박사들은 주저 없이 베들레헴으로 달려갔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고 예물을 증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동방으로부터 먼 길을 떠나온 그 일을 계속 수행했습니다. 또한 헤롯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한 계책을 진행시켰습니다. 그의 계책이 얼마나 위협적인 현실로 나타났던지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아기의 가족을 애굽으로 피신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이러한 모습은 참으로 큰 모순이요, 그야말로 이율배반적인 모습입니다. 이렇게 볼 때에 이들의 신앙생활이란 것은 순전히 관념과 형식에 그치는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성령의 인도를 받는 데서부터 출발하고 진행해 나오는 신앙생활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역사적 이스라엘이 국가적으로 채택하고 있던 제도와 습관에 의한 신앙활동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여기 사데 교회를 죽음에로 떨어뜨린 다수 성도들의 경우와도 같은 그런 상태를 유지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영생을 얻는 길이 성경에 있는 줄로 생각하고 부지런히 성경을 상고하였습니다. 성경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침 받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많은 것을 알았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오지는 않았습니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 그러나 너희가 영생을 얻기 위하여 내게 오기를 원하지 아니하는도다”(요 5:39-40).
이런 이들이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치고 이끄는 지도자 군단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여전히 이스라엘은 집단적으로 메시아를 거부하고 배척하였습니다. 당시 유대교를 이끌고 있었던 바리새파와 사두개당 및 서기관 등은 자기네 제도권의 권세를 업고 노골적으로 메시아께 도전하였습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예수님이 메시아이신 사실을 알아보고 나아와 영접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당시 이스라엘 민족 전체에 비하면 참으로 소수에 불과하였습니다. 지극히 적은 소수의 사람만이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신 사실을 받아들였고, 따라서 예수님께 속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을 비롯한 이 소수 집단은 유대교의 거칠고 무례한 박해로 말미암아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습니다. 너무나도 큰 적대 세력이 항상 그들을 포위한 가운데 압박해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은 당신께 속한 이들 소수의 백성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장차 이들에게만 임하게 될 하나님의 나라의 소유권을 확증해 주시면서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적은 무리’라고 하는 표현은 단순히 양적으로 적다는 의미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의 질에 대한 사상이 더 중요하게 암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적은 무리 혹은 남은 자, 곧 흰옷을 입은 몇 명의 성도가 여기 사데 교회 안에도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주님과 교제하는 자들이었고, 곧 주님의 통치를 순적히 받드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이름은 진정으로 생명책에 기록되어 있고, 주께서도 마지막 날에 되어질 이들의 궁극적인 구원을 하나님 앞에서 보장하실 것입니다. “이기는 자는 이와 같이 흰옷을 입을 것이요 내가 그 이름을 생명책에서 반드시 흐리지 아니하고 그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5절). 여기 ‘흐린다’는 말은 ‘지운다’로 번역해야 좀더 원어에 가까습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사데 교회는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였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완전하게 죽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속히 일깨워 그 남은 바 죽게 된 것을 굳게 해야 합니다. 이는 처음에 복음을 영접했던 그 시점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듣고 배우고 받은 바 진리의 복음을 굳게 부여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회개하는 삶을 계속해서 전개하는 것입니다. 사데 교회는 이렇게 할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흰옷을 더립히지 않는 자 몇 명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들 남은 자들에게는 영생을 보장하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궁극적인 구원은 오직 남은 자들만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반면 사데 교회는 죽음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럴 경우 생명책으로부터 지워짐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자기 자신들이 바로 그와 같은 죽은 교회를 구성하는 당사자요 주체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합 왕 시대 때의 남은 자들이었던 엘리야와 같은 칠 천인의 용사들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남은 자들은 적극적으로 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타락한 교회의 개혁 혹은 교회의 회복은 바로 이 소수의 남은 자들로부터 나오는 새 생명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교회는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떻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