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방 지역상황 및 동기
1) 지역상황
“태인동이 너희들 봉이냐!“ “광양제철소는 물러가라“라는 플랭카드가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곳, 공부방이 위치하고 있는 지금의 이 지역 현황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원래 ‘태안도‘라는 섬이었는데 광양제철소가 들어섬으로 다리가 이어져 태인동으로 바뀐곳인데, 농촌도, 어촌도 그렇다고 포항제철소가 있는 곳처럼 도시로서의 면모도 갖추지 못한 참 애매한 지역이 되어 버린곳이다.
이전에 바다를 생계터전으로 삼아 생활하던 주민들이었는데 지금은 광양제철 협력체로 품을 파는 생활이 주된 소득원이 되었고 나이드신 할머니들은 바닷일로 조개잡는 것이 유일한 일인데 그나마 그일도 섬진강의 오염으로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곳 남자들은 제절이 들어섬으로 바닷일을 하지 못하면서 직장은 갖을 수 있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엔 실업자로 전락하여 술로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로 인해 가정도 파괴되어 여자들은 집을 떠나고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에 키워지는 결손가정이 생기게 되었다.
이곳 주민들중 상당수는 기관지천식 등 호흡질환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철소, 시멘트공장들이 뿜어내는 연기로 인해 생긴 것으로 이번에 나이드신 분까지 지팡이를 집고 데모행렬에 끼어드는 것은 그들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함인 것이다. 또 동네 어귀는 식당이 밀집되어 있어서 분잡하고 안정되어 있지 못함으로 지역의 상황이 정서적으로 불안전한 면도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2) 공부방을 하게 된 동기
8년전 우리 부부가 첫 사역지로 부임받은 곳이 태인수표감리교회였다. 지역의 상황을 채 알기도 전에 최다솜(6세), 최슬기(7세) 남매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큰 충격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어린 다솜이가 구걸을 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은 남매의 가정생활은 3살 때 다솜이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이며, 나이드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가까이에서 돌볼 수 있다는 것으로 교회 유아방에서 남매를 중심으로 하여 공부방을 시작하였다. 열악한 지역의 특성상, 이곳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음을 두 남매를 통해 알게된 것이다.
2. 공부방 설립의 목적
지역의 특성상 열악한 환경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 학생들에게 마음 편하고 안정된 장소에서 공부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며, 더 나아가 자신들이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임을 공동체안에서 깨달아 삶의 위로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신앙인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3. 공부방 현재의 상황
1) 공부방에 현재 나오는 아이들 15명 중 가장 중점으로 힘써야 할 아이들이 9명이다. 공부방을 하도록 동기 부여를 심어준 두 남매는 벌써 6학년, 중1년생이 되어 고웁방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도벽으로 가출로, 거짓말, 왕따당함 등 반복적으로 숱한 경력을 쌓아갔던 다솜이였지만 다행인 것은 요즈음 잠잠한 가운데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을 보게됨) 김선지 학생(중1)은 8살 때 만남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학생이다. 김선지학생은 3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나갔고, 선지는 조부모의 손에 맡겨 자라게 되었다. 몇해전 아버지는 날마다 술어 찌들어 생활을 하다가 혼자 살던 집에서 1주일만에 시체로 발견되었던 끔찍한 일을 겪었던 선지는 공부방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아이다. 송선옥학생(고2) 역시 아버지는 술로인해 현재 정신병동에 격리되어 있고, 편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김은경(초4)은 혀가 짧아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왕따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아이다.
몇 달전부터 새로이 나오는 김민정(7세), 김민지(3세)자매는 아버지의 잦은 이혼으로(3번째) 방치되어 있는 어린아이들이다. 지금은 조부모 밑에 눈치를 보고(2번째 부인에서 낳은 자녀들) 자라고 있지만 조만간에 아빠가 4번째 부인을 맞이함으로 또 한번의 새엄마가 생길 듯 싶다.
김성환(초4), 김미현(7세)남매는 빈곤가정의 자녀들로 아버지는 오토바이사고로 장애인 판결을 받았으며 어머니는 취로사업의 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데 그나마 추운 계절인 지금은 그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2) 공부방 주요 프로그램
(1) 방과후 숙제지도 및 학습지도, 간․부식제공
(2) 연합캠프, 수련회 - 방학을 이용한 전남연합공부방 캠프 행사
(3) 문화체험 및 예절교육(가장 기본적인 질서교육의 반복)
(4) 아동상담(친구, 조부모, 이성관계, 성적문제 등)
(5) 특별프로그램활동 - 독서지도 및 성경쓰기(글씨쓰기 연습 겸함), 미니부페, 백화점견학 (까르푸, E-마트, 킴스클럽 등)
(6) 복지프로그램 - 1주일에 한번씩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
(7) 장학금 지급 - 부스러기 장학생(3명)
4. 공부방 운영의 어려운 상황
1) 인력자원(전문성)이 절대적으로 부족
결손가정, 저소득층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점진적으로 아동․청소년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교육활동은 실무자 한사람으로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다. 공부방에는 3살부터 아동․청소년까지 다양하게 혼합되어 있어 아이들의 깊은 심리상태를 알지 못해 공부방내에서도 제2의 방치아동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2) 공부방 교육의 부재
2003년도 사업신청서 중 연중 프로그램을 월별 4주로 나누어 빼곡히 기록했던 계획안을 넣지 않았다. 이유는 처음 계획시에는 어느정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계획처럼 진행되지 못함을 몇해 걸쳐 경험했기 때문이다. 열악한 시설, 과중한 업무(실무자 혼자 재정, 학습지도, 간․부식제공, 프로그램진행, 차량운행 등)으로 결국 우리 상황에 맞는 가장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을 얻게 되는 프로그램을 내년에도 제한적으로 실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3) 재정적인 어려움(운영비, 인건비)
5. 공부방의 제안
농촌지역 공부방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적인 제도장치가 되었으면 한다. 지역내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공부방‘처럼 우리 아이들도 안정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기 원한다. 몇해전 전남사회복지협의회에서 보내준 도우미의 역할이 지금도 우리에겐 고마운 사실로 기억하고 있다.(단1번의 도우미 파견)
엘리자베스여왕이나 마이클잭슨 등 의례적으로 방문하는 복지시설만 크게 부각시키지 말고 농어촌지역의 작은 공부방까지도 안정된 정부의 손길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의 전문적인 교사지원이나 재정적인 지원확보가 이루어진다면 공부방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동․청소년은 물론 우리 모두는 이 자리를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의 소망처럼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 ‘일어통역사‘ ‘헤어디자이너‘ ‘선생님‘ 등 사회에서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일꾼들이 이 농촌지역 작은 공부방에서도 자신있게 만들어 질 수 있으리라 믿게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