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속(巫俗)과 무가
무가는 무당이 무속의례를 진행하면서 부르는 노래, 다시 말해 무당이 굿이나 독경(讀經)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허나, 실제로는 노래가 아닌 말로 구연되는 부분도 있고, 행위와 대사로 표현되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지금부터 공부할 무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 가창자인 무당과 가창환경인 무속의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허나, 우리는 민속학 연구 대상으로서의 무당이나 무속의례가 아닌, 어디까지나 문학으로서의 ‘무가’를 이해하려 하기에, 무당이나 무속의례에 관한 공부는 무가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범위까지로 제한하기로 한다.
덧붙여, 무당이나 굿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천시(賤視)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우리는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무가’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당당한 문학이라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공부해 보고자 한다.
1) 무당의 유형
- 무당 : 무속의례를 주재(主宰)하는사람
- 본디 ‘무당’이라는 말은 무속의례를 주재하는 여자를 말하고, 남자에 대해서는 ‘격(覡)’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 샤머니즘을 번역하여 ‘무격신앙(巫覡信仰)’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기 때문이다.
- 무당을 지칭하는 용어는 대부분 여성을 가리키며, 남성에 대해서는 박수, 박사, 화랭이, 양중등 용어를 사용한다.
※ 제주도에서는 남녀 구별 없이 ‘심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 무당의 유형을 분류하는 것은 그 성격이 매우 다양하여 명확한 유형분류가 곤란하다.
※ 따라서, 무속의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과 문학적 성격을 동시에 고려하여 무당의 유형을 강신무(降神巫)․세습무(世襲巫)․독경무(讀經巫)의 셋으로 분류코자 한다.
(1) 강신무 : 신(神)이 내린(降) 무당(巫)
어느날 갑자기 무병(巫病)을 앓게 되고, 여러 방법으로 치료를 해보다가, 효험이 없으면 마침내 입무식(入巫式), 곧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다. 내림굿은 숙련된 큰무당의 주재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내림굿을 받은 무당과 그 굿을 주재한 큰무당 사이에는 ‘신딸’과 ‘신어머니’의 관계가 성립되며, 신어머니의 집에서 함께 살며 무업(巫業)을 배우는 과정이 뒤따른다. 강신무가 되는 데에는 성별이나 연령, 사회적 신분, 혈연적 내력, 지식정도 등은 상관이 없으며, 어느 날 갑자기 신(神)이 내려서 무당이 되는 것으로 강신 자체가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한 개인에 국한되는 문제이고, 집단적이거나 세습(世襲)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이렇게 강신무들이 되면 그들은 신의 의사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예언자의 기능을 하며, 몸주신이 있고, 그 몸주신을 모신 신당(神堂)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漢江)을 경계로 북쪽지역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무당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 강신무의 굿에는 ‘공수’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공수는 신이 인간에게 하는 의사표시 내지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때의 무당은 신의 자격으로 말하는 것이며, ‘해라’체의 반말을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수를 내릴 때에는 무당의 손에 들린 방울이 울림으로써 공수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세습무 : 대대(代代)로 세습(世襲)되는 무당(巫)
세습무는 강신무가 가지는 무병이나 내림굿을 거치지 않고 혈통을 따라 계승되는 무당으로 강신무가 가지는 예언자적 기능을 가지지 못하고, 인간의 뜻을 신에게 청원(請願)하는 사제로서의 기능을 가질 뿐이다. 강신무에는 여자가 많지만 남자도 섞여 있고, 남자들도 여자들과 아무런 차별 없이 무속의례를 주재하나, 세습무 집단에서는 무속의례를 주재하는 것은 거의가 여자들이다. 동해안 별신굿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무당의 남편인 세습무 집단의 남자(양중이라고 한다)들은 주로 자신의 아내인 무당이 굿을 할 때 바라지를 맡거나, 거리굿을 비롯해서 연희적 성격이 강한 무극(巫劇) 몇 대목을 주재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漢江)을 경계로 남쪽지역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무당들이 이 세습무 유형이며,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무업의 독점권이 인정되던 ‘단골판’이 있었다고 한다.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세습무 집단이 유명했었으나, 현재는 전라도 지역의 ‘단골’들과 경기도지역의 무당들은 거의 명맥이 끊어진 상태이고, 동해안 지역의 별신굿과 오구굿만이 유일하게 남아 주재하고 있다고 한다.
(3) 독경무 : 경(經)을 읽는(讀) 무당(巫)
노래와 춤을 위주로 해서 신을 즐겁게 하고 제화초복(除禍招福)하는 강신무나 세습무의 굿과는 달리, 독경무의 독경은 경을 읽어 선신(善神)을 청해다가, 그 위력을 빌어 귀신을 위협, 추방, 포살(捕殺)해서 제화초복한다. 강신무와 세습무처럼 다양한 무구(巫具)와 풍성한 제물(祭物)에 비해 독경무는 무구도 간단하며, 차리는 재물 역시 간소하다. 또한, 강신무나 세습무에는 여성이 숫적으로 많고, 굿의 진행에서 여자무당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선굿’이라하여 노래와 춤을 위주로 다양한 반주악기가 동원 되는 반면, 독경무에는 남성이 훨씬 많고, ‘앉은굿’이라 하여 반주악기도 간략하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특히 충청도 지역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2) 무속의례의 유형과 절차
한국의 무속의례는 크게 굿과 독경으로 나눌 수 있다. 굿은 강신무나 세습무들이 하는 무속의례로 노래와 춤을 수반하는 것으로, 이 노래와 춤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독경 역시 독경무들이 하는 무속의례로 경을 외우거나 읽는 과정에서 학습이 필요하다.
(1) 굿의 유형과 절차
굿은 지역이나 주재하는 무당, 굿을 하게 된 동기나 목적 등에 따라서 그 절차와 유형이 매우 다양하며, 누가, 무엇 때문에 굿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 개인이 하는 사가(私家)의 굿 : 개인이 자신과 자신의 집의 안녕과 복락(福樂)을 위해 하는 굿으로, ‘가정굿’이나 ‘집굿’이라 부른다. 동기나 목적에 따라 ‘재수굿’, ‘우환굿’, ‘치병굿’, ‘망자(亡者)굿’(흔히 오구굿이라고 한다) 등으로 세분된다.
②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하는 마을굿 : 마을의 수호신을 비롯한 여러 무속신들에게 마을의 안전과 번영,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복락을 비는 제의라는 의미와 함께, 마을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의식과 일체감을 확인시키고 공고히 하는 마을 공동의 축제라는 양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③ 강신무들이 무당 자신을 위해서 하는 신굿 : 신굿은 무병을 앓고 나서 정식 무당이 되기 위해서 신어머니를 모시고 하는 입무식인 내림굿과, 정식 무당이 된 후에 자신이 모시는 몸주신을 위해서 하는 진적굿이 있다. 진적굿은 강신무 자신의 재수굿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모시고 있는 신들을 위한 계절적인 축제로 이 때에는 무당과 단골 신자(信者)들이 모이며, 공개하는 수도 있다. 반면 내림굿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큰굿(열두거리굿) : 모든 형식을 갖추어 하나도 빠짐없이 하는 것을 큰굿(열두거리굿)이라 한다. 허나, 이는 반드시 열두 개의 굿거리로 된 것은 아니며 지역마다 구체적인 굿거리의 숫자나 그 명칭에 차이가 있다. 기본구조에는 일정한 틀이 있는데, 신을 모셔다가[청배]⇒그 신을 대접하여 흡족하고 즐겁게 놀린 후에[오신(娛神)]⇒그 신을 돌려보내는[송신(送神)]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굿거리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큰굿 전체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구조로 되어있다.
(2) 독경의 유형과 절차 : 독경은 굿에 비해 그 유형과 절차가 단순한 편이며, 그 제의를 하게 된 동기나 목적에 따른 분류를 하면 다음과 같다.
① 기복제(祈福祭) : 복을 빌기 위한 독경으로 강신무나 세습무의 재수굿에 해당하며 이는 안택(安宅), 고사(告祀), 삼신굿, 삼재(三災)풀이, 살풀이 등으로 세분된다.
- 안택(安宅) : 가정의 평안을 위해 음력 정월이나 시월에 하는 독경으로 가장 널리 행해지는 기복제이다.
- 고사굿 :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사업의 번창을 비는 독경
- 삼신굿 : 자손이 없거나 귀한 집에서 자손을 얻거나 무사히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는 독경
- 삼재풀이 : 삼재가 든 사람이 그 액(厄)을 막기 위해 하는 독경
- 살풀이 : 살(煞)이 끼었을 때 그 살을 풀기 위해 하는 독경
② 구병제(救病祭) : 질병을 낫게 하기 위한 독경으로 병(病)굿과 푸닥거리가 이에 속하며, 이것들은 안택과 함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독경의 유형이다.
- 병굿 : 일반적인 구병제로 여러 날에 걸쳐 하기도 함
- 푸닥거리 : 독경무가 점(占)이나 무술(巫術)로 병의 원인이 된 귀신을 쫓는 간단한 의식
③ 강신제(降神祭) : 일명 ‘신명(神命)굿’이라고도 하며, 무병(巫病)을 앓는 사람이 행하는 입무식(入巫式)이다. 이는 무당의 내림굿에 해당하는 독경무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위령제(慰靈祭) :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여 좋은 곳으로 천도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원(解寃)굿, 지노귀, 오구굿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 해원(解寃)굿(넋굿) : 비명에 죽은 사람의 억울한 넋을 달래어 천도시키는 것으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넋건짐’이라고도 한다.
- 지노귀굿(‘자리걷음’ 혹은 ‘자리걷이’) : 사람이 죽어서 출상(出喪)한 날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안방이나 대청에서 행하는 간단한 독경이다.
- 오구굿 : 따로 좋은 날을 가려 망자(亡者)의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시키는 것으로 지노귀보다는 규모가 크며, 따로 날짜를 가려서 한다는 점에서 지노귀와 구별된다.
※ 굿이 귀신을 달래고 위로해서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소극적, 간접적, 우회적 대응방식이라면, 독경은 귀신을 위력으로 겁주고 윽박질러 몰아내는 적극적, 직접적, 노골적 대응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굿은 재물을 풍성하게 차려 극진히 대접하고, 거리에 따라서는 송신(送神)과정에서 제물 중의 일부를 싸서 말이나 배에 실어 함께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독경에서는 이런 절차가 없고, 제물도 굿에 비하면 훨씬 간소하다.
3) 무당의 유형과 무속의례의 관계
무속의례는 그 유형과 절차가 매우 다양하며, 이런 다양성의 일차적 원인은 무당 유형의 다양성에 있다. 그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독경무 : 독경무는 무당 개인의 능력에 관계없이 그 읽거나 외우는 경의 위력에 의존하여 귀신을 물리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하나, 무당이 된 방법과 직능이 다른 강신무와 세습무는 굿의 성격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2) 강신무 : 강신무는 용해야 능력을 인정받아 무업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신탁(神託 : 흔히는 공수라고 한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오락성보다는 신성성과 근엄함을 앞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3) 세습무 : 세습무는 근원적으로 ‘용할’ 수는 없지만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무의(巫儀)를 갈고 닦는다. 따라서 세습무의 굿은 강신무의 굿에 비해 사설이나 춤이 세련되고 예술적으로 가다듬어진 경우가 많으며, 세속적(世俗的)이고 오락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4) 무가와 무경
굿과 독경은 그성격이 다르고, 거기서 불리거나 읊조려지는 문서 역시 그 성격이 다르다. 특히 구비문학이라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구비전승’이라는 기본적 성격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전자 즉, 굿에서 불리는 노래가 무가라는 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후자에서 읊조려지는 경 자체는 구비전승된 것이 아니라 책을 보고 배운 것이고, 심할 경우에는 직접 책을 들고 읽기도 한다는 점에서 구비문학의 자료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무경은 구비문학의 자료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나, 축원(祝願), 덕담(德談), 해원사(解寃辭)등은 구비전승되는 것이고, 문학성도 풍부하기 때문에 무가자료로 포함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속의례는 무속신(巫俗神)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의이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번영, 그리고 복락(福樂)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속 자체가 인간 중심적이고 현세 구복적(現世求福的)인 사실인 것이다.
5) 무가와 굿의 관계
굿은 풍성한 제물을 진설하고, 신(神)의 덕(德)과 위업(偉業)을 떠받들고 찬양하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그 신이 즐겁고 흐뭇한 마음이 생겨 복을 주고 재앙을 거두어 가게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신을 즐겁고 흐뭇하게 만드는 것을 ‘오신(娛神)’이라 하는데, 이는 음주(飮酒)와 가무(歌舞)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무(巫)’라는 글자 자체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모양인 ‘공(工)’과 두 개의 ‘인(人)’을 양쪽에 배열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두 개의 ‘인(人)’은 사람이 춤추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말해 ‘무(巫)’라는 글자는 무당이 하늘과 땅을 연결시키는 중재자의 구실을 하며 그 방법은 음주와 가무를 통해서라는 것을 함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가는 굿에서 주로 오신을 위해 불리며, 춤과 함께 가장 핵심적 기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2. 생각해볼 문제
1) 무가를 종교적 입장에서 보면 구비경전으로 그 속에 담긴 신성성을 논의하게 된다. 허나 이를 문학의 대상으로 보았을 때 어떠한 문학적 특성을 들 수 있을까?
2) 삶과 죽음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무가의 오락성과 유희성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참고문헌>
『한국 구비문학의 이해』, 강등학 외8인, 2002, 월인.
기타 인터넷 참고 자료
